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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 fehlst mir
" 그랬다면, …기다릴까, 우리, 서로. "
눈을 감는다. 네 손이 내 얼굴에 닿는다. 안다. 기분의 문제다. 선을 넘지 못했을지라도 너는 나에게 닿았다. 연이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서로의 입술이, 닿을 리 없는 것들이…
간밤, 전투가 지나가고 사람 몇이 목숨을 잃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조용한 건물들 사이로 다시 해가 뜬다.
나는 단 한 번도 네 감정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내가 너한테서 도망쳤기 때문에, 만약 내가 너에게 진작 사랑한다고 했으면, 그러니까 죽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더라면 이 무의미한 이야기의 끝이 조금 달라졌을까. 너와 나는 정말 닿을 수 있었을까. 몹시도 쓸쓸한 기분이 든다.
이 한 사람만의 키스에 마침표를 찍으면 나는 명백히 혼자다. 에스테반 아스트리드와 에스더 카터의 밤이 끝나고 혼자만의 아침이 온다. 뺨에서 느껴지는 햇볕이 이렇게나 스산했던 적이 없다. 울면 안 되는데 자꾸자꾸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가 마지막으로 봤을 내 얼굴이 흉했겠다. 웃는 얼굴로 안녕이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어쩌면 그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안녕은 마음속에 묻어두도록 하자. 아직 아니야. 서로를 기다리는 너와 나를 위해서라도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안녕은 잠깐 숨기자. 환영의 의미가 아니라면 내뱉을 필요 없는 말이다. 나는 너를 만나러 갈 거야. 지금껏 널 피해 도망쳤지만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막연한 기분을 뒤로하고 겨우 눈을 떴다.
" 에스테반…… . "
이제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앞으로 네가 없는 밤을 지내게 될 터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울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외로움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가끔 죽고 싶어지겠지만 나는 차마 제 손으로 목숨을 끊을 용기 같은 건 없음을 안다. 그래놓고 너를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까.
벌써 보고 싶었다. 너의 그 검은 머리카락이, 두 눈이, 사랑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사람이다. 새벽 내내 제게 말을 건넸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너는 정말 내 환상이 아니었던 모양이지.
에스테반 아스트리드…. 짧은 시간 동안 마주했던 내 연인. 앞으로 다시 없을 사람. 다시 만날 사람. 비록 네가 나를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너를. 아, 에스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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