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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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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눙 님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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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 "..." 오늘은 좀 일찍 오셨네요, 같은 안부 인사나 농담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에스더가 한 손 검을 천천히 빼 드는 낌새가 보이면 에스테반도 이어 별말 없이 검집에 손을 댄다. 검을 맞대다 보면 그만으로도 대련하는 상대의 기분이나 상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는 건 역시 과장이다. 어느 누군가는 일격만으로 상대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다고들 하는데 검에 인생 하나를 통째로 바치지 않고서야 이르지 못할 경지임을 안다. 다만 몇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한 사람과 검을 대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평소와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다른지, 집중하고 있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에스테반 아스트리드와 대련을 할 때의 그는 이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 다칠 테니까. 비열한..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4. 14.
  • 36. 겨울에서 겨울에서 에스더는 앞으로 자신이 잊히리라는 사실, 아니 미래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우선 그는 평소에도 존재감이 그리 뚜렷한 사람이 아니니 저 하나쯤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예정이었고 두 번째로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이 많았지만 제 마음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에스더 카터'의 서사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으면 곧 세상은 에스더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마음속에서 내린 잠정적 결론이었다. 결론을 내리자마자, 그는 마음속에서 꽃을 피우던 유일한 나무를 잘라내 종이를, 책을 만들었다. 나무를 베어내자 남은 색이라곤 잉크에서 묻어나온 검은색과 빛바랜 종이의 누런 흰색이 전부였다. 겨울의 시작이었다. 사람의 감..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4. 7.
  • 35 원래 더 길었는데 ........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3. 26.
  • 34. Tempus fugit. amor manet.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행위는 습관이었다. '마음의 준비'로는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실컷 상상하던 결과를 실제로 맞닥뜨리게 되면 그간의 준비가 무색하게 덜 울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즉, 효율적인 감정 소비는 아니라는 소리다. 계속되는 무의미한 감정 소비에 지치다 못해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마저 없었던 적이 있었다. 세상에 무한한 자원이 없듯이 그의 눈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습격 이후 후유증으로 앓아누웠던 형이 결국 숨을 거둔 지 삼 개월하고 열흘쯤 지났을 때, 나오지 않는 눈물을 닦아내며 깨달았다. 나는 이제 형을 위해 울 수조차 없겠구나. 속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 났다. " 자? " 익숙한 목소리에 느리게 눈을 뜬다. 긴 겨울이 끝나고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한 계절 내내 잠겼던 창문을 열어놓자니 햇..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2. 26.
  • 33. 명제 객관적으로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같은 전장을 누비던 동료면서 검을 맞댄 적도 있었고, 몇 년 동안 돌아오는 생일에는 집안에서 보내왔더라며 디저트를 나눠 먹기도 했다. 당장 다음 날이면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에서 전쟁을 함께 겪어나가다 보면 그 전까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을지라도 무언가의 호감이 피어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연인이 되기까지 치른 모든 순서와 선택들이 당연시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딘가의 누구는 운명이라고 지칭할지도 모른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은 실로 비논리적이고 황홀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모든 일을 이치로 만든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말해버리면 그 많은 시간이, 너와 내가 찾지 못했을 가치를 찾고 다른 이들은 공감할 수 없을..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1. 13.
  • 32 *ㅅㅏ귀기전............다소두서업읍니다 지금안스면잊어버릴것같애요. 많이 좋아했어. 아무도 없는 서재 안에서 에스더 카터가 읊조렸다. 들어줄 사람이 없는 막연한 고백은 선명한 과거형이다. 사용인이 내온 차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책장은 143쪽에서 넘어가기를 포기한지 오래다. 며칠이나 됐더라. 하루가 멀다하고 저택에 들리던 에스테반이 발길을 끊었다. 원래 이 시간이면 항상 네가 같이 앉아있었는데.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여과없이 드러낸다. 제 표정을 볼 이도 지금 이 공간에는 없으니 아무렴 어떤가. 빈 자리가 유독 쓸쓸하다.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말을 나누었던 그 때,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고 대화가 당신을 찔렀다. ..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1. 8.
  • 31. Sure 이거 미리보기방지어덯게하죠 저는에스테반 사랑하는사람이고요 하시발이걸이렇게 늦게드릴게아니엇는데 겜스토리도 영화스토리도 어이없어서 얼척터진것갇애요 그래서 그림도 개연성이없어진것같애요 진짜머리박고싶다 . . .. ....머냐면 그겁니다 그..그거..(손짓발짓) 아진짜아무리봐도 개연성없는데 2no개연성작품을 맛보고 제가 이렇게되어버렷습니다 알잘님도 조심하세요 시발 ...늦어서죄송합니다 그간ㄴ감사햇ㅅ고앞으로도잘부탁ㄱ드리고 또...또..무슨ㄴ말을..무슨..(허둥지둥,,) ㅠㅠㅠㅠ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29.
  • 30 종전 이후, 에스더 카터라는 이름은 어느 집안에서는 거의 금기시됐다. 내쳐지는 다섯 글자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는 만큼이나 이유마저 불투명했다. 실수로 몇 번이고 그 이름을 입에 담았던 사용인이 결국 얼마 전 내쫓기고 말았다는 형체 없는 괴담이 가문 내에서 잠깐 돌았다가 가라앉았을 만큼 저택의 주인은 그 다섯 글자에 굉장히 예민하게 굴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명사에 이리 민감한 경우는 보통 두 가지 경우에 속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거나, 증오하는 사람의 이름이거나. 어쩌면 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인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을 " 정신 안 차리니? " " 아, 아! 죄송합니다! " 하다가 하마터면 어린 사용인이 찻잔을 깨트릴 뻔했다. 조금 산만한 부엌의 풍경. 점심시간이라기엔 늦었고, 저녁 시간이라기..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22.
  • 29.5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17.
  • 29 전쟁이 끝나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는 계속 총을 들었고, 어느 누군가는 이제 검을 쥘 일이 없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악기를 켜게도 됐다. 시간은 신기한 힘을 가졌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거나 그 반대일 수도 있었다. 어느 사람에게는 상처를 회복하는 계기가, 또 다른 이에게는 상처를 덧나게 하는 계기가. 아무튼, 시간은 좀처럼 어디로 튈지 몰랐고 또 붙잡을 수도 없는 모습이 딱 옛말 그대로였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당연히 전쟁이 끝난 어느 나라의 부유한 가주와 그의 애인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서로에게 상처였을 눈물과 멈춘 시간을 딛고 마주했던 순간을 종종 떠올린다. 붙..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17.
  • 28 탁, 하드커버를 소리 나게 닫았다. 평소 조용한 에스더의 말투나 행동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에스테반이 자연스럽게 눈동자를 굴렸다. 한동안 제 무릎 위에 책과 함께 머무르던 손이 느릿하게 작은 탁자 위를 향한다. 책의 중반부에 끼인 가름 끈이 탁자에 닿는다. 양장본의 표지가 별다른 소리 없이 놓였다. 에스더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털로 만들어진 그의 슬리퍼가 바닥에 깔린 카펫을 약하게 긁었고 카펫과 털실이 쓸리는 소리뿐이었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긴 에스테반이 열어둔 말끔한 표지의 책장은 이미 넘어갈 생각을 그만둔 지 오래. 눈길의 끝이 에스더를 좇는 모습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에스테반이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걸며 책을 덮는다. 말하지 않아도, 시계를 보지 않아도, 사용인의 재촉 어린 노크가 서재를 울리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9.
  • 27 " 너 " 수천 번을 어림짐작하고 떠올렸더라도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향해서 입 밖으로 내뱉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진심. " 날 잊어줄 생각 같은 거, 사실은 없지? " 이건 감이다. 본디 사람이란 전부 비슷하지만 같다고는 단언할 수 없을 정도의 미묘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종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큰바람을 부르고 생각 없이 굴렸던 눈덩이 하나가 엄청나게 불어나듯이 인간들의 그 자잘한 차이점에서 일어나는 마찰과 충돌과 불협화음은 아차 할 때쯤이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종류의 무언가였다. 그리고 당신과 나의 차이점은 예를 들면 그런 것들이었다. 에스더 카터는 자신을 에녹 카터라고 암시하고, 당신은 에녹 카터가 에스더 카터임을 직시한다. 이런 사소한 틈은 서로 인지하고 있을지언정 입 밖으로, 행동으..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29.
  • 26 아스 루시모프 님이 방문하셨습니다. 빠른 손놀림과 함께 한 장 한 장 얇아져가던 복잡한 서류들이 돌연 움직임을 멈춘다. …모실까요. 그 정지화면을 놓치지 않은 사용인이 묻는다. " 그래. " 긍정의 의미인데도 평소보다 힘이 실린 답변이다. 항상 그렇지 뭐. 사용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 방을 나갔다. 서재에는 카터가 혼자 남는다. " 저번에 의뢰해주셨던 건입니다. " 차분한 말투가 서로 오고간다. 검은 머리카락의 아스 루시모프. 자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택한 옛 ……동생의 …동료. 그가 건넨 서류를 점잖게 훑어보지만 왜인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읽히지 않는 수치와 문자들을 확인한 척 다시 서류 봉투에 가지런히 집어넣고, 다음 서류 봉투를 집어든다. 그 건은…. 이번에는 당신이 덧..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27.
  • 25.5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15.
  • 25 에스더 카터는 책을 쓴다. 당신이, 네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쓰는 조금 긴, 장편의 소설. 주인공은 너와 나, 두 사람이다. 이 책의 흐름에는 몇 가지 패턴이 존재한다. 첫째, " …일어났어? " " ……좀 더 잘래. " 나는 항상 상처입히고 너는 늘 상처입는다. LAST. " 주말이라고는 해도… 일어날 시간 한참 지났는걸. " " ……. " 시침이 숫자 10을 반쯤 지나가고 있었다. 사뭇 모른 척, 눈을 뜨고 싶지 않아서 꾹, 감고만 있자 네가 흔들어 깨우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봐줬나. 마지못해 눈만 뜬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잖아. 잠이 많은 자신을 어르고 달래는 에스테반의 목소리다. 한결같은 너의 … " 에스더. " 네가 나를 부를 때마다 나는 막연한 감정에 휩싸이고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10.
  • 24 =""> 창문 너머의 하늘이 짙게 물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옅고 따뜻한 색이었는데. 한참동안 말없이 창문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에스테반이 물었다. 에스더, 밖에 누가 있기라도 해? 응, 아니. 하늘로부터 시선을 거두자 보랏빛 눈동자에는 짙은 남색 대신 검은 제 연인이 담긴다. 많이 어두워졌다 싶어서. 답을 들은 에스테반이 옅게 웃는다. 항상 아침은 에스테반이 자신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끔 그가 저를 깨우는 것 보다 제 눈이 먼저 뜨일 때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누가 먼저이든지 매일 아침 에스테반 아스트리드와 에스더 카터의 시작은 서로였으니까. 그 하나면 충분했다. 아침이면 유난히 무거울 몸을 이끌고─때때로 일어나기 싫어, 하고 어리광을 부리면 에스테반은 웃으며 일어나야..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10.
  • 23 에스더 카터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 썩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가르침을 받는 상대가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처음 만났을 때는 본론보다 일상적인 주제를 이끌어 긴장된 공기를 푼다던지, 상대의 부족한 점은 에둘러 지칭해 엄격한 분위기를 지양한다던지. 그러니까… 사실은 가르침 이전에 남을 대하는 것에 서툴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가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타입이라고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에스테반을 '가르치는 일' 하나는 거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애초에 맡은 일은 최대한 해내는 사람이니. 특히 정이 섞인 일이라면.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그는 칼을 한 번 휘두르는 일이 없었다. 정해진 약속 장소에서 에스테반을 만나고, 쥐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검집에 도로 꽂아 넣은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10.
  • 22.5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29.
  • 22 " ……나는 네가 좋아. 그래.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에스더 카터니까, 였으면 이 선에서 멈췄을 거야. 그런데, 너는. " 언젠가의 나를 향한 네 물음을, 네 시선을 다시 돌려받는다. 잊고 있던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네가 눈물을 흘리면 나는… 나 역시 울고 싶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어디선가 봤던 장면들이다. 어디선가…… " 내가 좋아하는 에스더 카터잖아. " 아─. 기억났다. 여전히 에녹 카터의─또다른 에스더 카터에 불과한 망상같은 존재였을지라도 이리 칭하는 수밖에 없었다.─ 탈을 벗겨내지 못한 나와 당시의 에스테반 아스트리드. 이 다음은 어땠더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바닥을 적시는 눈물 방울들을 보며 깨닫는다. 사과, " 미안. " 했던가. 내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튀어나오는..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19.
  • 21 약간 초조해 보이는 너, 어느새 다시 잡혀있는 나. 역시 조금만 물러나자. 하고 마음먹었던 게 무색하게 거리는 거듭 원점이다. 안녕, 에스더. 보고 싶었어. 나는 문득 네 말끝에 무언가가 서려 있는 것을 깨닫는다. 두려움? 안심? 아니다. 이런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그 정체는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도 언뜻 알아차린다. 상관없다. 내 이기적인 욕심과는 같을 리 없는…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시선이 맞닿았다. 연이어 네 입에서 나오는 말에 담긴 건 그래, 온전히 걱정뿐이다. 내가 섣불렀구나. 착각했다. 다른 무언가가 서리기는 무슨. 당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드디어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되는 모양이다. 같을 리가 없지. 네 심정을 함부로 추측해버린 실수에 대해 나는..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11.
  • 20. 0.98 0.98 여느 때와 같이 깔끔하게 넘겼어야 할 머리칼이 제 자리를 잃고 부스스하게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뭐라고? 일순 사고가 정지한다. 사용인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본의아니게 눈 앞의 사람을 타박한 기분이다. 턱, 막히는 숨결을 억지로 들이 내쉰 다음 잠깐 입을 닫는다. 어쩌지? 당장 침소에 들며 연기라도 할까. 정말 아프니 오늘은 너와의 일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최소한 며칠은 갈 거라고. 그러니까 … ……거짓말이 아니라고. 수많은 의문보다도 변명거리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우습다. 안다. 애써 진실처럼 보이기 위해 거짓말로 치장할 필요는 없다. 너는 결국 거짓말 안에서도 진실을 찾아낼 터이니. 작게 허탈한 웃음을 흘린다. 네가 나를 꿰뚫어 보는 것처럼 나도 조금은 네 생각을 짐작할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11.
  • 19 미쳤구나 진짜. 잠에서 깬 직후의 첫 감상. 에스테반이 날 불렀던가. 깨자마자 흐릿해진 기억에 남는 것은 감정뿐이다. 막 달리다 만 사람처럼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짧게 심호흡을 한다. 이마를 짚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짧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셔야 할 시간… 어머. 눈이 마주치자 사용인이 티 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무슨 일 있으세요? 일어나 계셨네요. " 있었지. 아마. 불확실한 대답을 삼키고 고개만 젓는다. 이불을 걷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용인의 손길이 닿았다. 사용인이 놀라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는 영역이라 특별히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그녀의 주인은 항상 아침에 몇 번이고 방을 들락날락해야 겨우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로 잠이 많은 사람이었다. 잠귀도 어두운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10.
  • 18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9.
  • 17 " 내일 봐. " 응. 나는 손을 흔들고 에스테반 아스트리드는 제집 방향으로 멀어져 간다. 형식적인 인사와 반복되는 일상. 굳이 어느 시간에 맞춰 만나고 헤어지자 ─와 같은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항상 저녁 서재 소파에는 에스테반 아스트리드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에스테반의 눈동자에는 항상 자신이 서린다. 성실하고 시간을 귀히 여기는 에스테반에게 나도 물든 걸까. 이제 그를 보내고 나면 잠들기 전까지의 남은 시간은 온전히 에스더 카터만의 것이다. 느릿하게 발을 옮기며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거실을 지나던 사용인이 가셨어요? 정리해드릴까요? 한 번 묻는다. 사용인들마저 이제는 네가 일상이다. 응. 고개를 끄덕이며 제 방으로 몸을 틀었다가 멈칫. 아, 그러고 보니까. " 쿠키 있을건데 그거 이따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7.
  • 16. 씬/82 (이왕이면....유튜브 들어가셔서 연속재생으로 들어주세요 헤헤 중간에 끊길것같아서) 씬/80, N, 첫날 전투 종료, 히어로 건물, 방-S 무표정한 에스더 카터가 방 안에 덩그러니 서 있다.-인서트, 15부 34씬, 에스테반이 사망하는 장면.-현재, 얼마 지나지 않아 에스더 앞에 등장하는 에스테반 아스트리드. 에스테반 미안해.에스더 (뜸을 들이며) 누구세요.에스테반 거짓말쟁이요. *** (중략) 서서히 동이 트고 날이 밝아온다. 에스테반의 형체가 흩어지기 시작하고. 에스테반 그랬다면, 기다릴까, 우리, 서로. 에스테반의 손이 에스더의 얼굴을 향하고 두 사람이 닿은 것 같다. 에스더가 눈을 감고 운다 두 사람, 이어 키스. -인서트, 11부 15씬, 17씬, (중략) …13부 28씬 연달아 지나가는 둘의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5.
  • 15 Du fehlst mir " 그랬다면, …기다릴까, 우리, 서로. " 눈을 감는다. 네 손이 내 얼굴에 닿는다. 안다. 기분의 문제다. 선을 넘지 못했을지라도 너는 나에게 닿았다. 연이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서로의 입술이, 닿을 리 없는 것들이… 간밤, 전투가 지나가고 사람 몇이 목숨을 잃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조용한 건물들 사이로 다시 해가 뜬다. 나는 단 한 번도 네 감정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내가 너한테서 도망쳤기 때문에, 만약 내가 너에게 진작 사랑한다고 했으면, 그러니까 죽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더라면 이 무의미한 이야기의 끝이 조금 달라졌을까. 너와 나는 정말 닿을 수 있었을까. 몹시도 쓸쓸한 기분이 든다. 이 한 사람만의 키스에 마침표를 찍으면 나는 명백히 혼자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4.
  • 14 " 가지 말라고 해줘. … 제발. "" 여기, 여기에…있어. 가지 마. " 잘 있으라고? 에스더 카터는 그 한마디에 고개를 들었다. 이 길고 긴 밤의 공기를 홀로 들이쉬며 일부러 환상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던 노력이 무색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내뱉지 못한 말들이 에스테반 아스트리드의 모습처럼 입안에서 흐트러졌다. 환상이 아니야? 너는 왜, 왜 또. 왜… 희무끄레한 형체의 에스테반을 보면서 에스더는 도저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다만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갓난아기마냥 눈물만으로 제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었을 뿐. 에스더 카터라는 사람은 본래 감정표현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이다. 선천적인 감정의 결여라기보다는, 오랜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후천적인 부류의 것이었다. 차마 빈말로라도 짧다고는 할..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4.
  • 13 지평선 너머로 기울어가는 햇빛이 점점 진한 주황색으로 부풀어오르는 것도 잠시, 팡!하고 큰 소리를 내자마자 자취를 감추는 화약처럼 그 많은 빛의 산란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짙어져간다. 시간이 흐른다. 모두가 변한다. 용을 써도 변하지 않을 세계의 이치다. 따지고보면 그 덕에 지금의 우리가 이리 서로의 품에 자리하고 있는것이지. 그 말은 곧 앞으로 계속 너도 변하고 나도 변할 거란 이야기라, 결국 나는 이어지는 상상속에서 우리의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만다. 마음의 변질이든, 물리적인 거리 때문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너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 안다. 절대 그럴 리 없다. 믿으니까. 귓가에 당신이 내게 건네준 잊지 못할 이야기들이 감돌았다. 네가 날 사랑한다는 수많은 증거 중의 하나가 된다. 물론..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2.
  • 12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1.
  • 11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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